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는 포털에 대한 규제가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각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정부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 권고안에 외국 서비스가 빠져 있어 역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은 “정부의 규제 속에 해외 사업자들의 국내 인터넷 시장 점유율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국내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은 구글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는 수년 만에 점유율이 2%에서 74.4%로 치솟았다. OS와 동영상 서비스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며, 이 밖에도 개발용 소프트웨어와 서버 관리 등 정보기술(IT) 각 분야에서 외국산 플랫폼이 사실상 국내 시장을 점령한 상황이다.

 

◆과도한 차별에 플랫폼 산업 위축 우려

유 의원이 공개한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8월 유튜브의 동영상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시장 점유율은 7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아프리카TV는 13%, 다음TV팟은 8%, 판도라TV는 4%에 불과했다. 2008년 점유율은 유튜브 2%, 아프리카TV 23%, 다음TV팟 34%, 판도라TV 42%로 불과 5년 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유 의원은 “인터넷 실명제 시행과 함께 유튜브의 점유율이 15%로 높아졌고, 저작권법 삼진아웃제가 시행된 다음 달인 2009년 8월에는 24%로 다시 상승했다”며 “이는 악성댓글을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확대 시행한 인터넷 실명제가 국내 동영상 서비스를 몰락시킨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법 삼진아웃제는 정부가 불법복제물 등의 복제·전송으로 3회 이상 경고한 복제·전송자의 계정을 정지하고, 해당 게시판의 서비스 중단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다.

동영상 서비스 업계는 제도 시행 후 착한 이용자들까지 정부 정책에 반발해 유튜브 서비스로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은 광고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IT 서비스 시장의 핵심 플랫폼 중 하나다. 유튜브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이용자 10명 중 9명이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며, 세계 100대 브랜드 기업의 유튜브 동영상 업로드는 매년 73%씩 늘고 있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OS의 장악이 구글의 국내 시장 영향력 확대를 가져온 요인이겠지만, 정부 정책도 이를 부추긴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유튜브의 성장은 방송을 비롯한 국내 광고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포털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진아웃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업체의 플랫폼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기업 투자 부족… 하드웨어 산업 치중

제대로 된 국산 플랫폼이 없는 것이 정부의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은 지금껏 장기간이 소요되고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플랫폼 구축보다는 하드웨어 부문에 치중해 왔다. 기업 정보화에 필요한 각종 플랫폼도 이미 해외에서 만들어진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폐쇄형 시스템을 도입하기가 일쑤였다. 플랫폼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플랫폼 개발과 확대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투자와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략 동향’ 보고서를 통해 구글의 엔지니어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툴(플랫폼)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납기에 쫓겨 고객이 원하는 소프트웨어 기능을 구현하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공업체인 미국의 세일즈포스사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지원하는 신생 플랫폼 회사인 히로쿠를 2억5000만달러에 인수했고, 페이스북은 클라우드 기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회사인 파스를 8500만달러에 인수했다. 구글의 유튜브 인수액은 무려 16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소프트웨어 업체 인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모바일 OS인 ‘바다’를 개발해 상용화했지만 결국 시장 확대에 실패하고 사업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플랫폼이라는 게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에코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만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제조사가 주도한 OS에 대한 경쟁사들의 반감도 실패의 요인으로 꼽힌다.

OS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OS를 활용할 기기를 만드는 회사와 앱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많아져야 OS가 살아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OS를 만들어도 이를 활용할 제조업체나 개발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구축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만큼, 먼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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