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집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일본말로 간판을 단 집에는 가지 않는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어설픈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맛없는 집”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아마도 ‘소공죽집’에는 아직 가보지 않은 모양이다.
시청 건너편 술집 즐비한 북창동 골목길에 우리말과 일본말로 나란히 간판을 단 ‘소공죽집’이 있다. 찾기 쉽지 않은 길을 물어 찾아오는 일본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이곳은 평일 점심시간이면 일본 사람이 아니라 인근 회사원들로 북적댄다.

상호는 소공죽집이지만 이 집에서 죽보다 더 관심을 끄는 메뉴는 ‘모둠알솥밥’(사진). 돌솥에 1인분씩 밥과 고명을 담아내 오는데 여느 돌솥밥과 달리 고기 대신 해물이 들어간다. 여기에 검은 캐비어(철갑상어알), 주황색의 굵은 연어알,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날치알이 더해져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한다.

푸짐하게 담긴 밥과 고명을 비비면 싱싱한 날치알이 아직 채 식지 않은 밥과 돌그릇에 부딪쳐 ‘탁탁’ 소리를 내며 하얗게 익는다.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어 보니 짭짤한 기운이 입안에 감도는데 음식에 간을 너무 많이 해 생기는 기분 나쁜 짠맛이 아니다. 바닷가에서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바다 내를 물씬 머금은 맛이다. 적당히 익은 날치알과 캐비어는 씹히면서 ‘톡톡’ 기분 좋은 소리를 내고, 굵은 연어알은 입 안에 감돌며 음식의 맛을 더한다.

알 외에도 굴과 새우, 김 등의 해산물이 들어갔다지만 이 재료들이 짠맛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궁금증이 일어 직원에게 물으니 “다시마와 멸치 우린 물로 밥을 지었다”고 한다. 알솥밥에는 해물 외에도 유부, 당근, 쑥갓, 버섯, 무, 콩, 대추 등의 재료가 눈에 띈다. 25가지 재료가 들어갔다는데 그 재료를 다 찾아내는 게 쉽지 않다. 밥과 함께 나오는 콩나물 무침의 짭조름한 맛도 일품. 그야말로 ‘짠맛 잘 내는 집’이다.

식당에서 파는 모든 밥은 다시마와 멸치를 섞은 국물로 지어냈다고 한다. 밤늦게 식당을 찾은 옆 테이블의 남녀는 해물 샤브샤브를 먹고 난 국물에 밥을 비벼먹고 싶어했지만, 밥이 떨어졌다는 직원의 말에 “그거 먹으러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아쉽게 자리를 떴다.

▲추가 정보 상호에 걸맞게 잣죽, 해삼죽, 전복죽 등 14가지 죽을 판다. 모둠알솥밥이 1만1000원, 알이 빠진 영양솥밥이 7000원이다. 해물 샤브샤브도 찾는 사람이 많다. 1만5000원. 서울 중구 태평로 프라자호텔 후문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 세 번째 모퉁이에서 왼쪽으로 돈다. 영업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02)752-6400

점심시간엔 사람들로 북적대지만 밤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다. 오늘 같이 추운 날이면 더 생각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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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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