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형준의 냠냠]인사동 전통찻집 '지대방'
사람과 정담 그리고 茶… 사랑방 분위기
◇보가 깔린 목 쟁반에 올려 나온 전통 다기. 지대방에서는 고객이 차를 직접 우려 마신다.
지대방이란 절의 큰방 머리에 있는 작은방으로 이부자리나 옷, 노자주머니 따위를 두는 곳. 스님들이 신방에서 참선을 하다 이곳에서 잠시 쉬거나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셨다.

인사동 거리의 전통찻집 ‘지대방’은 깊은 산 고사찰의 고즈넉함은 없지만 여유로움과 옛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곳이다. 대문을 열고 문지방을 넘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내부는 절이라기보다는 속가를 닮았다. 기둥이며 서까래, 마루가 보이고 칸막이 대신 발을 치고 전등갓에 한지를 씌워 운치가 있다.

커피전문점이 문을 열고, 기념품 가게들이 시장처럼 죽 늘어선 쌀쌀한 인사동 거리에서 이처럼 훌륭한 쉼터를 발견한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창호문 틈으로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모습이 어른거린다. 옛 선비들이 어울려 놀던 사랑방이 이 같지 않았을까. 사람들의 대화가 시끄럽거나 어수선하지 않으니 사람과 집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듯하다.

소파나 나무마루로 된 좌석이 있는데 마루도 춥지 않다. 우리나라의 녹차와 꽃차, 그 밖의 대용차, 중국차, 그리고 몇 가지 곡차(술)를 맛볼 수 있다. 차를 주문하면 차가 담긴 다기와 1ℓ 보온병에 물이 하나 가득 담겨 나온다.

녹차는 우전·세작·중작으로 나뉘는데, 우전은 맛이 부드럽고 중작은 떫지만 차의 약리적인 성분이 풍부하다. 중국차로는 이름에 먼저 반하는 동방미인차, 차 벌레의 배설물을 모아 만든 충시차와 보이차, 오룡차, 기문홍차 등이 있다. 모든 차는 인스턴트가 아니라 주인이 직접 채집하거나 자연 재배한 차를 구입해 사용한다. 차 한잔 이면 얼어붙은 손과 발에 피가 돌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처음 잎차를 접하는 사람은 떫은 맛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한잔 두잔 마시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윽한 맛에 빠져든다. 차를 직접 달여 마시는 재미도 쏠쏠하다.

“국화꽃 동동 띄워 우려내는 차 한잔에 미래를 약속한 여인과 함께하니 무엇이 부러우리요.” 지대방의 방명록인 ‘지대방일기’에 누군가 적은 글을 옮겨 적었다. 어느 자리에나 지대방일기가 한 권씩 놓여 있는데 연애담이나 인생 고민, 소소한 감상 따위가 담겨 있다. 때론 말장난이나 엉터리 그림도 실려 있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방명록은 지대방의 정겨움을 더한다. 방명록 또 다른 페이지에 남긴 글귀는 지대방이 어떤 곳인가를 잘 말해준다. “이곳은 왜 이리도 편안한 것인지.”

◆추가 정보 영업시간 오전 10시30분부터 자정까지. 술을 팔지만 많이 마시기에는 적당치 않다. 친구나 연인과 함께 담소하기 좋은 곳이다. 차는 5000∼9000원선. 다식, 한과 등의 먹을거리도 팔고 있다. 인사동 사거리에서 안국동 방향 20m, 통인가게 건너편 2층. (02)738-5379

덧붙이는 글
나는 전통적인 것보다는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삶의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찌된 까닭인지 가끔은 허름하고 옛 냄새가 풍기는 소박한 풍경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오늘 같이 비가 내리고 습도가 높아 우울한 날이면 더더욱 그렇다.

일해라! 빠르게 움직여라! 외치는 세상. 도시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전혀 도회적이지 않은 조금 어수룩해 보이는 이 공간이 긴장을 누그러뜨려 나를 편안케 해 주는 모양이다. 하지만 때론 이곳에서도 지나치게 시끄러운 수다에 평화로움이 깨지곤 한다. 사람들이여 제발 옆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주길...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mau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영전 2006/07/04 05:19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느리게산다는것 이였나요..암튼 그 책이 생각나는..^^

    • BlogIcon mau 2006/07/05 1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끔은 여유롭게 지내는 것도 좋아. 그런데..그대는... 지금 무지 여유로운 거 아냐? ㅡㅡ!

  2. 이영전 2006/07/08 00:02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생활만..;;


Cand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