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 한 켠에서 초밥을 먹고 있는 남녀. 보통의 경우라면 여자가 먼저 눈에 들어올텐데 남자의 모습이 동공에 확 꽂히는 까닭은 서양사람이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초밥을 먹는 서양 사람을 보긴 했지만 실제로 먹고 있는 광경은 처음이다. 서양 사람들에게 날 것이 낯선 음식이듯 날 것을 먹고 있는 서양인의 모습은 아직도 동양인인 나에게 생경한 풍경이다.
최근 식당,호텔 안내서로 유명한 미슐랭 가이드 도쿄판이 발행됐다는 소식이 떠오른다. (실제 발행된 시점은 내가 여행을 다녀온 뒤다) 무려 식당 8곳이 별 셋을 받았고(파리 10곳, 뉴욕 3곳), 그 중 두군데가 초밥집이다. 미슐랭 가이드 도쿄판을 둘러싸고, "일본 음식에 대해 너무 점수가 후한 것 아닌가", "심사위원 5명 중 3명이 유럽사람이라는데 동양 음식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나" 등등 논란이 많았던 모양이다. 평가의 공정성 여부는 제쳐두고 서양인의 동양요리, 특히 일본 요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만은 사실인 것 같다. 저렇게 내 앞에 앉아 초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파란눈의 사나이도 있는 걸 보니.
사족이지만 공정성 논란에 대해 미슐랭 측은 파리엔 2만여개, 뉴욕엔 2만3000여개의 식당이 있지만 도쿄에는 16만개에 달하는 식당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렇다고 설마 16만개의 식당을 다 가보고 평가했을리는 없지 않은가. 어쩌면 별을 받지 못한 더 훌륭한 식당들이 있을런지...
미슐랭 가이드가 별 세개를 준 82세 장인이 운영한다는 '스시야바시 지로'에 가 보지 못한 관계로 맛을 비교할 순 없겠지만, 내가 방문한 가게도 맛에서는 결코 부족함이 없다. 친구를 따라간 터라 가게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선입견 없이 초밥을 맛봤는데, 한국에서 먹어본 수십만원짜리와 견줘봐도 손색이 없다. (단, 참치 뱃살은 다소 실망)
한국의 여행안내 책자에도 맛집으로 소개가 됐는데, 이건 상술이라고 해야하나? 한국 말은 안 통해도 한국어로 된 메뉴판이 있으니, 일본어 몰라도 초밥 먹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전갱이, 도미, 정어리, 고래, 고등어, 청어알, 참치, 넙치....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느낌. 거부감없이 살아있는 맛을 두 사람이 배부를 때까지 보고도 불과 몇만원밖에 나오지 않다니, 도쿄에 간다면 꼭 들러볼 것을 권한다. (계속)
사진제공은 구글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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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섬세함이!!
섬세함이 느껴지나? ㅡ.ㅡㅋ
글쎄... 미국에서 먹었던 초밥은 무척이나 다양했고,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웠던 것 같다. 물론 식당마다 다르겠지만.
날생선을 못먹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초밥도 많았지.
아보카도, 맛살, 아삭거리는 야채 등을 이용한 색감 좋고 예쁜 초밥들로 서양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거야. 그런 초밥에 어설프게 젓가락을 갖다댄 서양인들이 조금씩 대담해져서 장어구이 초밥도 건드려봤다가 나중엔 날생선을 올린 초밥도 먹게된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었지...
엄기자님, 여기 저기 조금 클릭해 봤는데, 기사 잘쓰시네요~!
잼나게 잘 읽었당.
Happy New Year~!
선배 잘 지내시죠? 미리 새해인사 전합니다.
미국에 계시다고 들었었는데, 지금도 미국인가요? 아니면 한국? 종종 소식 전해주세요.